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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 개인전] 갤러리반포대로5 2022.9.13(화)~25(일)

by Artist. Kim Lyoung 2022. 8. 28.

시간의 작업 – 2022 Chronos

 

화가 김령의 이번 전시 <Chronos>는 영화로 치자면 일생의 필모그래피라 할 만큼 50여 년에 걸친 그의 화업을 총망라한다. 제목 <Chronos>가 말해주듯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시간이다. 빛이 파동과 입자로 이뤄진 것처럼 시간에는 흐름과 찰나가 뒤엉켜 있다. 이 흐름과 찰나에는 저마다 중요한 의미가 있어 어느 한쪽에 우위를 둘 수 없다. 흐름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지혜와 관록이며 찰나를 빛나게 만드는 건 욕망과 관능이다. 전자가 나이듦의 가치를 대변한다면 후자는 젊음의 가치를 대변한다. 둘은 공존할 수 있을까? 김령의 <Chronos>는 묘하게도 이 둘을 동시에 품고 있는, 그래서 더 깊고 풍성하게 다가오는 전시다.

 

1층 전시실의 BEADS WORKs에서 우리는 ‘꽃으로 피어난 시간의 흐름’을 만난다. 비즈를 재료로 사용한다는 건 엄청난 작업시간을 요한다. 미세한 색구슬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고정시키는 작업. 작가는 말했다. 이는 “미련한 짓”이며 “시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즈로 그려낸 꽃이라고만 설명하면 공예적 작업을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은 신작에 이를수록 더욱 과감하고 다채로운 변주로 이어진다. 짙은 바탕에 오직 하얀색 비즈만으로 쌓아 올린 작품<Chronos 'blue'>는 구상이면서도 평면성과 동시에 묘한 추상성을 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작품<生의 Fantasia>도 눈에 띈다. 화려한 색채로 완성된 작업 위에 다시 하얀색을 뒤덮어버렸는데, 대지에 내리는 폭설처럼 흰색이 스며들면서 덮인 것은 덮였고 남은 것은 남았다. 작가는 말한다. 시간은 이처럼 우리의 색채를 지워간다고. 이 도도한 흐름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묻을 건 묻고, 남길 건 지키는 게 지혜라고. 그래서 관록의 작가에게 이 작품은 행복이 된다.

 

2층 전시실의 NUDE WORKs에서 우리는 ‘몸으로 포착된 찰나의 순간들’을 만난다. 드로잉은 그야말로 움직이는 시간을 붙드는 작업이다. 시간은 절대 멈추지 않지만 작가는 그 흐름을 잘라냄으로써 찰나를 집어낸다. 시간이 멈췄으니 마치 박제를 하듯 굳어버린 느낌일까? 그렇지 않다. 평생 이어온 그의 작업들에서 선들은 놀랍게도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몸을 단순히 이미지로 포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은 물질적 덩어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에너지다. 이 에너지는 생을 추동하는 것으로 우리의 욕망과 관능이 응축된 힘이다. 이 힘이 폭발할 때 우린 그 찰나에서 영원을 체험하며. 시간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작가는 다양한 도구로 작업하는데 특히 나무젓가락을 즐겨 사용하며 그 순간을 더욱 극적으로 폭발시킨다. 그런가 하면 '인쇄된 종이' 위에 그렸던 작업들을 잘라 구성한 콜라주가 특이하다. 워홀이 광고 이미지로 뒤샹의 레디메이드를 오마주한 것이 연상되기도 한다. 강렬한 색조의 콜라주는 바쿠스 축제의 음악과 춤을 담고 있다 그 안에 삶의 본질이 흐르고 있다.

 

9.13(화)~9.25(일) 갤러리 반포대로5

http://kimlyoung.com

 

KIM LYOUNG ART EXHIBITION 2022 'CHRO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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