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3-11-20
최초로 한국인남자 누드 그린 김 령
“알몸은 거짓말을 못합니다. 가장 정직한 바로 그 상태이지요.”
여류 서양화가 김령(57)씨. 그는 나혜석이 프랑스 남자를 모델로 누드를 그린 이후 최초로 한국인 남자모델을 대상으로 누드를 그린 ‘당찬’ 여성 화가다.
그가 1979년 한 일간지에 ‘남자 누드모델 구함’이란 쪽지 광고를 내건 것은 아직도 그림쟁이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고 있는 일대 ‘사건’이다. 남자 누드모델이란 직종 자체가 생소하게 들렸을 시절임에도 불구, 광고를 낸지 단 하루만에 20∼30대의 건장한 남성 20여명이 김씨의 집 앞 계단을 가득 메운 채 그를 기다리더란다. 몰려든 남자들도 지게꾼에서부터 대학생, 뱃사람, 권투선수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엔 서너명이나 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수십명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몸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며 스스럼 없이 옷을 벗을 땐 저 자신도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람들에겐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는 자신의 알몸을 정직하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단다. 물론 몇몇 연예인들의 경우에서 보듯 시장에서 ‘자본’과 결합했을 때 그 순수성은 적잖이 훼손되겠지만 말이다. 김씨는 훌륭한 누드모델의 제1조건으로 주저없이 ‘자연미’를 꼽았다. 그는 ‘헬스’로 다져진 보디빌더를 보면 마치 ‘분재’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다.대신 조금은 햇볕에 그을린데다 적당히 주름진 얼굴을 가진 노동자의 딱 벌어진 어깨와 군데군데 드러난 힘줄이 훨씬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남성미를 보여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씨는 또 81년 펴낸 작품집 ‘시가 있는 누드화집’이 여성의 ‘정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는 이유만으로 판매금지를 당하던 시절에 비해 많이 자유로워졌다며 누드를 외설로 보는 시선 자체가 ‘삐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수록 누드화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는 김씨. 그는 지난달 17일부터 연말까지 대전광역시 갤러리 마로니에에서 ‘꽃 그리고 나의 인생’이란 주제로 누드 전시회를 열고 있다.
김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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